1710月及

 

 

kurt youn

가을

 

Alex Yu

레몬돌이

 

GUEST

소설가 권해욱

4060 – 2

 

nuh

日本  紀行文 (04)

 

 


 

 

 

 

kurt youn

가을

 

 

 

 

삶에 계절이 있다면

지금이 아마 가을이 아닐까.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한 여름휴가같은 20대가 지나고

가족의 생계와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낭만이 아닌 20대를 향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그때를 떠올리고 다시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웃을힘도 나지않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애써웃으며 자리에누워 잠을 청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어느덧

내 인생이 겨울을 향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생각하기에 마음먹기에 다른 삶이지만..

어쩔 수 없이 식어가는 삶을 유지하기위해

이를 악물고 언제가 돌아오리란 생각에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봄을 기다려본다.

 

 

봄이 오리라..

믿자..

기다리자..

오지 않더라도 끝까지 버티자..

 

 


 

 

 

 

Alex Yu

레몬돌이

 

 

어느 평범한 출근 길 이였다.

 

그녀는 새로 먹어본 젤리가 맛있다고 “왠지… 먹으면 비타민이 생성되는느낌?”

이라며 사진을 한 장 보내왔는데,

레몬향이 가득 퍼지는 비타민C 분말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 만든 젤리였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젤리의 모양도 귀여운데다가 ‘레몬돌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이걸 보고 문득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말도 안되는 소설을 작성했는데,

아래가 그 원문이다.

 

 

  1. 난 비타민C다.

탱글탱글한 레몬속에서 거주하는 나는 작은 꿈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를 길러 준 농장 어르신에게 감사의 표시로 춤과 노래를 불러주는 것 이였다.

하지만 비타민C의 삶이란 인간에게 먹혀 비참하게 끝날 것 이라는 결말을 익히 들어왔기에 그저 작은 소망으로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1.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 제약회사의 실험실에 갇혀있었다.

나의 소망을 그들이 들었을까?

그들은 내게 육체를 만들어 준다 하였고, 같은 소망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실험을 받고 있었다.

 

  1. 젤리 형태의 육체가 생겼다.

제약회사의 실장님 말로는 시간이 지나면 팔과 다리가 자라고 그 후에는,

춤과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 눈 모양은 ㅋ 모양이지만 앞은 조금 보이기 시작하였다.

내 동료들도 오늘이 오기까지 함께 고통을 견뎌왔기에 전우애 라는 감정도 생겼다.

그렇다, 우리는 죽을때도 함께! 라는 끈끈한 우애로 똘똘뭉친 것이다.

 

  1. 우리의 코드네임은 ‘레몬돌이’

이전 거주지 ‘레몬’의 이름과, 비록 중성화 수술을 거치긴 했지만 씩씩하게 자라라고

‘돌이’를 붙여주었다.

새로운 주인이 생기면 내게 코드네임 말고 어떤 이름을 붙여줄지,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다.

팔과 다리가 약간 자란 느낌이지만 아직은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진 않는다.

 

  1. 노란 지퍼 백 밖에서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이 곳을 벗어났다는 확인음인 편의점 특유의 ‘삑’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노란 지퍼 백의 지붕이 열렸다.

오랫만에 만나는 푸르른 하늘 그리고 우리를 내려다 보는 귀여운 소녀.

비록 아직 입과 성대는 미완성 상태지만 ‘레몬돌이’ 전우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외쳤다.

‘우리는 레몬돌이! 귀엽게 봐주세용! 데헷!!’

 

  1. ‘레몬돌이 No.705’는 머리부터 뜯긴 채 사망하였다.

그의 유언 그리고 외마디 비명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나는 아직 지퍼 백에 갇혀있고, 살아있다.

확률 상 다음은 나다.

불안하고 초조하다.

결국은 비타민C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동안 품어왔던 꿈과 희망을 한번에 버리기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1. 지퍼 백 안으로 소녀의 여린 손가락이 들어왔고, 내 머리를 살포시 잡아당겼다.

나의 전우들은 비록 움직일 수 없는 육체지만,

필사적으로 젤리 특유의 끈적함을 발휘해 붙잡아 주었으나 역 부족 이였다.

허리부터 잘려나가 머리만 남은

‘레몬돌이 No.147’ 내 마지막 이름.

소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먹으면 비타민이 생성되는느낌?”

 

 

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출근을 하니,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출근 시간이 상당히 짧아진 느낌이었다.

 

언제 또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하루가 즐거워지는 출근 길 이였다.

 

 


 

 

 

 

GUEST

소설가 권해욱

4060 – 2

 

 

 

일본 생활 1달이 넘었다. 이제 현지화된 기분이다. 1달 가지고 내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하면 과장이 심하겠지만 그만큼 가깝고 비슷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으면 내가 전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전세계가 가까워 진 지금 차이는 있지만 사는 일에 바빠 인식을 잘 못하고, 사실상 차이라고는 언어 밖에 없다.

 

오늘도 나오미는 밤 늦게 들어온다.

 

켄(나) : 오카에리~(어서와~)

나오미 : 하이~. 어! 아무도 없어요?

켄 : 지금 이 시간에 늘 그렇잖아요.

나오미 : 하긴

켄 : 오늘은 무슨 알바?

나오미 : 영어 강사.

켄 : 역시 그것도 있군요. 8개나 알바 하는데 나오미의 언어능력도 분명 하나 차지하겠지 했지요.

나오미 : 힘들어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애들은 진짜 못 가르치겠어요. -.-

켄 : ㅋㅋㅋㅋ. 당연하죠. 애들은 에너지를 뺏어가는 존재라 어른이 옆에 있으면 안 돼요. 자기들끼리 놀아야 돼요. 다 커서는 나이차가 나는 친구가 되도 되지만.

나오미 : ㅋㅋㅋㅋ 뭔 황당한 괴변?! 하지만 진짜 상종 못할 존재들이긴 해요. 영어를 가르치는 건지 소리지르는 기계가 된 건지… 잠시도 집중을 못하니…

켄 : 애들 가르치는 건 천직 이에요. 따로 있어요. 아무나 하면 안 돼요.

나오미 : 그런가 봐요.

켄 :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 선생님이 되야 되나 봐요.

나오미 : 나는 사랑을 못 받아서.

켄 : 엥? 뭔소리?

나오미 : 아빠가 어릴 때부터 너무 엄하셔서.

켄 : 그랬군요. 그래도 아빠 잖아요.

나오미 : 그래도 아빠라는 존재를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켄 : 울 아빠도 존재감 없긴 마찬가지였어요.

 

나오미는 내 이야기를 묻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부엌에 먹을 것을 찾아 그릇에 떠서 거실 테이블로 가져 와서 먹으며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켄 : 그래도 나오미상은 밝은 편에 속하는데.

나오미 : 헤헤. 보통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어서 와~’, ‘잘 갔다 왔니~’ 뭐 그러잖아요. 울 아빠는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자기 자식들이 오는지 가는지 아무 관심 없어요. 유일하게 딸에게 말을 거는 건 술 취했을 때, 그것도 ‘술은 마음대로 먹어라~’ 그딴 이야기 밖에. 15살 딸한테 말이죠.

켄 : …

나오미 : 내가 학교 선생님 그만 둔다니까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말래요. 80개국 돌아다니다 일본에 왔는데 집에 못 들어가서 계속 친구 집에 돌아다녔죠.

켄 : 에~. 그럼 아버님 머리 속에 직장은 변호사, 의사, 선생님, 대기업 직원, 공무원 뭐 그런 거 밖에 없는 그런 분?

나오미 : 맞아요. 첫째 남동생이 선생님인데 아빠는 첫째 남동생 좋아해요. 근데 둘째 남동생은 도쿄에서 유명한 패션 기업에 다니는데, 되게 크고 좋은 회사인데, 아빠는 둘째 싫어해요. 뭐 하고 돌아다니는 거냐고. 패션 따위가 뭐냐고.

켄 : 하… 그건 좀 심하네요. 일본 아저씨들 그런 분들 많아요?

나오미 : 좀.

켄 : 한국도 그런 양반들 계시긴 한데, 아줌마들이 워낙 쎈 분들이라 일본 만큼을 아닐 듯 한데. 그렇군요. 좀 놀랬네요.

나오미 : 말도 마요. 제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아빠 앞에서 기침도 제대로 못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지금 아빠 노인요양원에서 야간 알바 하시는데 그때만 아빠 없을 때 집에 가서 엄마 보고 아침에 아빠 오기 전에 바로 나오고 그래요.

켄 : 아빠 사랑을 못 받았네요.

나오미 : 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은 성격의 나오미를 생각한다. 역시 사람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환경이 만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켄 : 그래서 결혼 안 하고 사는 거군요.

나오미 : 맞아요. ^^ 엄마가 그러고 사는 걸 보고 살았는데 결혼 하고 싶겠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가정 이라고는 우리 가정 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켄 : 당연히… 그래도 나오미상 성격 좋아요, 아주. 그래서 죽을 때까지 결혼 안 할 생각?

나오미 : 아니요. 이제 아니란 걸 알아요. 전 세계 돌아다니다 보니 행복한 가정이 너무 많잖아요. 그걸 보니 지금은 결혼 하고 싶어요.

켄 : 에고… 어쩌나. 지금 나이가 애매한데

나오미 : ㅋㅋㅋ 그러니까.

켄 : 지금 우리 나이에 괜찮은 남자들 다 임자가 있죠.

나오미 : 그러니까. ㅜㅜ

켄 : 아니다, 대머리랑 키 작은 남자.

나오미 : (까르르 웃는다) 제발… 남자가 있다고 말해줘요!

켄 : 없어!

나오미 : 지금 막 다니고 있어요. 모임에 나가고 하는 것도 다 그것 때문인데.

켄 : 에~~! 그럼 지금까지 나 대리고 다녔던 모임들이 다 그 목적? 남자 찾을라고?

나오미 : 응

켄 : (이번엔 내가 박장대소) 아니 그럼 미야자키 조그만 동네에서 이러지 말고 됴쿄나 오사카로 가요. 그래야 확율을 높이지.

나오미 : ^^ 근데 남자들이 나 되게 부담스러워 해요. 전직 교사, 5개 국어 가능, 80개국 여행, 이런 거 이야기하면 전부 다 이상하게 쳐다 봐요. 접근 자체가 힘들어요. 일본 남자들 너무 보수적이라.

켄 : 그건 보수적인 게 아니라 멍청한 거에요.

나오미 : (까르르 웃는다)

 

그렇다 남자들이 다 그렇다. 아무리 봐도 괜찮은 여자를 그냥 놔두는 남자들, 그것도 여자가 적극적으로 짝을 찾아 다니는 데도… 그런 인간들을 바로 ‘병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병신. 손발이 분명 정상인데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인간, 머리가 정상인데도 제대로 생각을 못하는 인간. 그런 병신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심지어 정치인, 관료조차. 이 세상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길 기대조차 할 수 있는 것일까.

 

나오미 : 켄상, 있잖아요, 저… 그냥 주부 할 수도 있어요.

켄 : 당연하죠. 여자들이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고, 안정적인 공간이 있으면 뭐든 못하겠어요.

나오미 : (무릎을 친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켄 : ^^ 안타깝네요.

나오미 : 아참, 어제 니치난에 있는 농장 크게 하시는 분 만났어요. 켄상 이야기 했어요. 진심으로 농사지을 마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하래요. 자기가 시청에 서류작업까지 다 해주시겠대요.

켄 : 감사! ㅜㅜ

나오미 : 아야(미야자키 서쪽 농업지방)에도 같이 가자니까요. 사무소에 같이 가서 알아봐요. 일본어 안되는 건 내가 해주께요.

켄 : 그래요. 좀만 기다려줘요. 가족도 있고 도쿄로 가야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네요. 요즘 잠도 잘 안 와요.

나오미 : 오늘은 잘 주무시길. 오야스미~

켄 : 오야스미~

 

그러고 혼자 일본 소주를 찾아 부엌으로 간다. 여러 병 중에 25도짜리 소주를 찾는다. 컵도 반짝반짝 투명 크리스탈 컵을 찾아 물때를 걸레로 한 번 훔치고, 컵에 얼음을 넣고 술을 따라 마신다.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요즘 높은 연봉 받고 도쿄에 있는 직장 다니고 집은 도쿄 외곽에 한적한 곳에 살아도 충분히 시골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야기 했더니 며칠째 싸움이다. 신경전이 벌어진다. 얼굴을 안보고 전화통화만 하는데도 느껴진다. 신기하다. 안 좋은 건 이렇게 강렬하다. 시공간을 초월할 만큼. 물론 나도 아내도 한적한 일본 시골이 목적이었다. 누구보다 내가 더 그렇다. 하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뭔가 찾아보고자 왔을 땐 의외의 상황도 발생하는 법이다.

 

하지만 아내에겐 전혀 있어선 안 되는 것이다. 마치 대통령 의전 담당 비서가 된 기분이다. 미야자키 온 이후 스트레스가 처음 생겼다. 어떻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야자키만 좋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쿄가 무조건 싫을 수 있는지…

 

아내 : 도쿄 갈 거면 혼자 살아. 글구 월급 300만원 이상 아니면 난 일본 안 갈거야.

 

협박 비슷한 이야기 듣고 나서 한 잔만 마시려던 소주를 3잔 넘게 마신다. 어떻게 생면부지 만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일본 여자는 자기 시간 쪼개서 내 직장 알아봐 주러 다니고, 나를 가장 아끼고 지지해줘야 할 사람은 나를 협박하고 있고.

 

독자들은 절대 오해 마시길. 나와 아내 사이에 아무 문제 없으니. 나오미 같은 여자와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절대 지금 상황을 무리하게 바꿀 생각은 없다. 오히려 나오미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절대로 내 딸을 아빠없이 살게 놔둘 수 없다는 생각만 더 강해진다.

 

문제는 이거다. 병신. 이 세상이 상식과 논리와 도덕이 아닌 병신 같이 돌아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가족은 늘 싸우고 있고, 남과는 친하고, 월급쟁이 사장은 회사를 돌보지 않고,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도 자기 생각만 하고, 회사 직원도 회사보다 월급에 관심이 있고, 국민들도 실상은 먹고 사느라 바빠 정치에 관심이 없고. 진짜로 좋아하는 일은 하자니 돈이 안되고, 돈을 벌자고 회사를 다니니 인생이 죽을 맛이고. 여자는 남자를 찾는데 남자는 몰라주고. 세상이 정상적으로 상식적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 한 거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다. 미야자키의 하늘은 아름답다. 세상이 아무리 이상하게 돌아가도 하늘은 언제나 변함 없이 아름답다. 인간이 하늘을 더럽힐 수는 없으니..

 

 


 

 

 

 

nuh

日本  紀行文 (04)

 

 

어느 나라를 가든 아침 소리는 요란하다. 아침을 먹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소리와 출근과 등교를 준비하는 사람. 모든 것이 뒤섞여 하나의 소리로 이어지는 듯하다. 아침은 간단했다. 우리가 처음 이 곳을 예약 할 당시 조식이 함께 있다는 내용을 확인 후 예약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간결하게 만들어진 계란 말이와 플레인, 그리고 따뜻한 일본 오차. 누군가가 봤을 때는 굉장히 성의 없다고 느껴질 만한 아주 소박한 요리였지만 우리의 아침을 열어주고 하루의 일과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기에는 충분한 요리였다. 간이 잘 밴 계란 말이는 입안에서 작지만 최고의 맛과 풍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지난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했던 집주인 부부와 함께 아침을 먹고 우리는 다음 스케줄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고난의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뭔가 큰 기대를 갖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었다. 타지에서는 잘 하지 않는 등산을 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그리 낮지도 높지도 않는 산이었지만 땀으로 뒤범벅 되기에는 충분한 높이였고, 활화산이기에 우리나라의 산보다는 험할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도 많이 앞섰다. 달리는 도로 곳곳에는 수많은 나무와 초원, 그리고 농부들, 분주한 사람들은 볼 수 없이 너무나 여유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달리던 중 이름 모를 주유소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정말 너무나 오래 되어 보이는 그 곳. 그 곳에 잠시 머물러 가지고 있는 카메라에 그 모습을 상세히 담아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다면 자연에 속하게 되고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가는 그 모습. 사진을 찍는 도중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 주유소 주인의 생사는 내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주인이 죽게 되더라도 이 곳을 다른 사람이 없애지 않는 한 결국 끝까지 이 자리에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 살아가면서 가끔 그런 생각도 했었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인류가 전부 죽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이 살아왔던 집이며 건물들 그리고 자동차, 생명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 것들은 전부 남아있을 것이 아닌가. 그것이 조각으로 남겨져 있다 하더라도. 그때 당시는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지금의 생각으로는 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라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넘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을 담은 뒤 또다시 차에 올라타 우리의 목적지로 향했다. 바람을 가르고 숲을 가로질러 어디쯤인지 알 수 없을 무렵 우리가 올라야 하는 산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썩은 계란 냄새, 하얀 연기 그리고 말라버린 식물, 활화산의 모습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산에 오르기 전 충분히 주변 경치를 눈으로 즐기고 서울에서부터 준비해 온 장비를 하나 둘씩 착용하고 오르기 위한 초석을 마친 뒤 발걸음을 올렸다. 초입부터 뿜어져 나오는 연기, 그리고 굉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기보다는 오르지 말라는 경고의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모습도 있고 우리의 삶에 대한 또한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인생의 모든 것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정상에 오르는 데에 주저 하지 않았다. 산은 많이 거칠었다. 깎인 돌과 큰 돌 그리고 울퉁불퉁한 길, 흙은 무슨 일인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정상과 가까워 올수록 숨은 더욱 거칠어졌고 땀은 비 오듯 내 옷을 적셔갔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흐린 탓에 하늘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속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투명 했으며 무거웠던 발걸음 마저 가볍게 해주었다.

 

 

하늘과 맞닿은 정상은 심한 바람이 불어 땀으로 젖은 옷과 뜨겁게 달아오른 나의 몸을 순식간에 차갑게 만들어 주었다. 많이 늦지 않은 오후 3시경, 사실 이 시간이면 산에 오르는 사람보다는 하산 하는 사람이 더욱 많은 시간, 우리는 뒤늦게 정상을 찍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진과 함께 정상을 원없이 즐겼다. 우리만 있을 줄 알았던 정상에는 우리보다 이미 먼저 와있던 부부가 있었는데 참으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엄청 깊고 넓은 분화구를 두고 분화구 안쪽은 보이지만 만약 돌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바로 즉사 할만한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오니기리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벼운 목례를 나누고 내가 물었다. 당연히 일본어로 물었다. “괜찮습니까?” “엄청 무서워요~~~!!” 하지만 얼굴에는 무섭다는 모습보다는 즐겁다 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해온 함께할 동반자와 나란히 앉아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어쩌면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어느 누군가가 되었던 함께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릎에 큰 무리가 왔다. 올라 올 때 느끼지 못했던 가파른 길이 나의 무릎을 압박하였다. 평소 운동을 했다가 안했다가 텀이 있다 보니 살도 늘어났고 그로 인해 무릎에 무리를 주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발목을 접질리고 말았는데 다행이 큰 문제는 없었지만 두려움이라는 경고와 함께 처음 하산 할 때보다 조금 더 신중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몇 모금 남지 않은 생수를 서로 나눠 마시고 오늘 등산의 피로를 풀어줄 둘만의 시간을 위한 온천으로 향했다. 노천온천을 즐기고 차려진 저녁식사, 그리고 이어진 둘만의 저녁시간. 외부 음식 반입금지라는 야속한 주인장의 말에 결국 냉장고에 있는 술을 다 마시기로 긴급 결정. 하늘은 낮과는 다르게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밤 하늘이었다. 불을 끄자 수많은 밝은 점들이 하늘을 수 놓았고 서울 아니 현재의 대한민국과는 다른 하늘을 보여주었다. 분명 같은 지구라는 행성의 일부지만 확실히 다른 하늘.

 

 

수많는 이야기 속에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마다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말로는 할 수 없는 즐거움,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기위한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이번을 통해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도 있었고 작업에 대한 압박감 이런저런 것들이 있지만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살기 위해 일하는 건 누구나가 마찬가지 이지만 나라는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여행이었다. 같이 함께 했던 나의 동반자는 이 날 엄청난 결단을 내리고 나와 함께 맥주를 한잔을 기울였다.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저녁 시간, 밤 하늘에 보이는 수 많은 별들이 나에게 안겨주는 모든 것들, 그리고 이 시간, 이미 다가왔고 이제 다가올 시간들, 내일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으로 자연스레 자연과 하나가 되어 눈을 감았다.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