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house

coming house

 

에어컨도 없는 방에 천장을 보고 드러누워 있었다.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하숙집을 검색했다. 8월말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손을 하늘로 들고 스마트폰을 잡고 조금 머리를 쓰는 것뿐인 일이 땀을 흘려야 되는 일이라는 것을 느껴야 하는 더위였다. 

 

집을 찾는 기준. 누군가 항상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과 거쳐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평을 보고 누군가 항상 있는 집, 그리고 생기와 활기가 넘치는 집,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은 주인이 사는 집, 그런 집을 찾고 있었다. 역시 무리속에 끼지 않으면 안 되나 보다. 아니면 불친절한 투숙객이 내 기분을 망치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램?

 

쉽지 않은 작업이다. 얼마 안 되는 댓글들과 사진만 가지고 그런 곳을 찾아야 한다. 사진속에 들어 있는 사물들이나 사람들의 표정을 파악해야 하고, 투숙했던 사람들의 친절한 코멘트 속에서 말 못할 불만 요소가 있었다는 것도 잡아 내야 한다. 이런 곳을 꾸준히 돌아다녀 본 사람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역시 인간의 최고의 지식은 경험에서 나오는 지식이다. 그 지식은 감각이다. 감각은 문자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전승되지 않는다. 얼마나 매력적인 지식인가! 가치가 있는 것을 독점할 수밖에 없다는 것.

 

다행이 나는 그런 경험이 조금 있었다. 싸구려 민박집을 찾고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근사한 집이었던 경험.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조그만 시골도시에 가격대비 근사할만한 집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곳 후보물건을 겨우 찾아냈다. 도시중심부에서20킬로 이상 떨어진 시골 마을이었다. 숲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농산물이 유명한, 맛있는 술을 담그는 공장이 있는 시골마을. 숲이라는 건 좋지만 또한 망설여지기도 했다. 숲은 깊고 우거진 만큼 사람에게 편안함과 불안함, 포근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준다. 알 수 있는 곳과 알 수 없는 곳이 항상 존재한다. 항상 균형에 맞게 인간에게 정반대의 것을 동시에 준다. 그런 숲에 더 다가간다는 사실.

 

나는 호스트가 올려놓은 여러 장의 사진 중에 하나의 사진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6첩다다미 방 두 개와 마루거실 하나가 붙은 길죽한 공간에 길죽한 좌식테이블 두 개를 붙여 놓고 여러 사람들이 둘러 모여 앉아 잔치를 벌이고 있다. 가운데 호리호리한 아주머니와 젊은 남자가 서빙을 하고 있다. 커다란 나배2개가 주 메뉴다. 그 외에 과일접시, 고기 접시, 그리고 뭐가 담겨 있는지 모를 음식 접시들이 널려 있었다. 사진에서 제일 먼 쪽 벽에는 전부 책장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주인이 지적인 사람일테니.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가 넘치는 곳이리라. 

 

민박집 호스트들은 거쳐간 투숙객들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양인 사진이나 유명인 사진이면 더더욱. 그리고 별의 별 희한한 포즈를 취하며 자기 민박집의 매력을 전파하고자 한다. 하지만 여기 이 민박집의 사진. 이 사진에 들어있는 인물들이 전부 투숙객일리가 절대 없다. 서빙을 하는 이 아주머니도 분명 지인이다. 잔치가 있어서 도와주러 온 것이다. 이런 사진을 올리는 호스트는 거의 없다. 그리고 그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뭔가의 중심이 되고 싶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다. 투숙객만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부르고 싶은 것이다. 완벽했다. 내가 원했던 곳이 이런 곳이다. 완전 시골이라는 것 빼고는 완벽했다.

 

나는 예약페이지에서 한 달 예약을 하고 그 즉시 가격을 지불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삿말과 세부 위치를 물었다. 5분도 안되서 답장이 왔다.

 

“welcome to Coming-House. 오후6시쯤 오시면 마을 버스 종점에 그냥 기다리시면 됩니다. 제가 차로 픽업해드릴게요.”

 

그게 전부였다. 6시 이전에 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는 없다. 세부약도를 물었지만 그에 대한 답도 없다. 오후6시쯤오시면 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그 전에 손님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없다. 추가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이 코멘트 자체가’6시에 그냥 와서 기다리세요. 그게 편해요. 아님 괜히 귀찮아요.’라고 들렸다.

 

“네. 내일6시에 뵙겠습니다.”

 

라고 코멘트를 보내고 한 번 더 찬물에 샤워를 하고 찬기운이 식기전에 잠들려고 애를 쓰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