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1편 – 2)

 

 

1편

양말장수

 

 

2

 

 

옆집 미닫이문이 스르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 바닥의 롤러와 레일 사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소리가 제법 시끄럽지만 새들어 사는 입장에 주인아저씨에게 어떻게 하라고 불평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시간차를 조금 두고 아침 인사를 먼저 하러 간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 좋은 아침”

오랜만에 장지문 수리 일이 들어온 모양이다. 주인아저씨는 헌 창호지를 떼어 낸 나무 장지문의 문살대 구석구석의 먼지와 때를 걸레로 닦아 내고 있다. 떼어 낸 창호지가 그냥 흰 창호지가 아니라 에도시대를 연상케 하는 기모노 차림의 여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창호지다. 얼룩이나 변색의 정도로 보건대 반세기는 족히 넘은 것 같다.

“이야~ 초짜의 눈으로 봐도 보통 그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응. 처음 돌아가신 어르신이 가게 차릴 때부터 있던 거래. 시청 앞에 있는 장어덮밥집.”

“어르신이면 누구요?”

“할아버지. 지금 주인의 할아버지. 태평양전쟁 한창 중일 때 창업한 가게야. 뭐 제법 이름있는 화가가 그린 거라는데.”

“아깝네요. 이렇게 버려도 돼요?”

“안 그럼 어째?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만지고 때 묻히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구멍 뚫리고. 문화재도 아니고. 이런 그림 널리고 널렸는데.”

언제부터인지 이상하게 이런 오래된 그림들 보면 눈길이 간다. 하지만 애써 사십이 훌쩍 넘은 나이와는 연결 짓지 않는다. 작업대 한쪽 구석에 새 페인트통들이 쌓여 있다.

“페인트칠 새로 하시게요?”

“페인트 아니고 방수도료.”

“어디 물 새요?”

“응. 새로 산 아파트에 베란다 천장에 물이 새서 빨래를 못 넌다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새 아파트라면 키리하라 씨가 사는 아파트다.

“전에 같이 보러 갔던 아파트 말씀이시죠? 지은 지 칠 년 된 거요?”

“응. 맞아. 거기. ”

“새 아파트가 물이 새요? 일본에 육 년 살면서 건물에 물이 샌다는 말 처음 듣네요.”

“헤헤. 사람이 하는 일에 백 프로라는 게 있나. 크게 문제는 아니고 신고 들어온 집 위층 베란다가 문제야. 도료를 원래 규격보다 조금 싼 걸 썼는지 원인은 잘 모르겠는데 도장하는 양반한테 물어보니 방수도료 좋은 거 추천해 주더라고. 저거 바르면 문제없대.”

“직접 하시려고요?”

“응. 사람 쓰면 돈 들잖아. 크게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원래 그 양반한테 부탁했는데 귀찮은지 나보고 하래. 허허.”

“그 허리 불편하신 그 분요?”

“응응.”

“뭐야. 도장공이 도장을 싫어하면 뭐 해서 먹고살아요?”

“본인 몸도 안 좋고 밑에 일꾼들 있는데, 그리 돈 되는 일이 아닌가 보지. 아파트 두 채 가지고 있어서 먹고사는데 문제없어.”

그때 주인아저씨의 스마트폰 벨이 울린다. 누군가와 일정 조정을 하는 듯하다. 나는 장지문 의뢰주라고 생각한다. 주인아저씨는 전화를 끊고 말한다.

“오후에 도장하러 갈라 그랬더니 지금 바로 가야겠네.”

“아, 거기 아파트요?”

“응. 아기 엄마가 오후에 일정보다 빨리 학교 나가봐야 될 거 같다고.”

아기 엄마라는 말에 나는 또다시 정신이 번쩍 들고 이번에는 심장까지 뛰기 시작한다.

“아기 엄마라면…”

“응. 전에 아파트 구경 갔을 때 주차장에서 만난 여자. 가게 찾아왔어? 명함 주고 그랬잖아?”

“아… 네. 저번 주에 진짜 왔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전혀 생각지 못한 손님.”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그래야 장사가 자꾸자꾸 늘어나는 거지.”

육 년 동안 듣고 있는 말이다. 아직도 내가 어렵사리 겨우 양말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다. 이 년 전부터 시작한 주식투자가 잘 돼서 돈 걱정은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언젠가 말씀드려야지 하면서도 주식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파친코에 돈 가져다 바치는 것이랑 대동소이해서 말을 못 하고 있다. 특히나 나 자신에 관계된 일이라면 이런저런 사정 따지지 않고 충분히 이해해 주실 분인 걸 잘 알지만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순간적으로 잔머리를 굴린다.

“혼자 안 힘드세요?”

“응. 혼자 못할 정도 일은 아닌데, 육체노동은 단 일 분을 해도 힘들지. 막노동이 다 그렇듯 일손의 수가 돈이자 기술이자 시간 아니겠어.”

“저라도 도와드릴까요?”

“그럼 좋지만, 자네 등산 가는 거 아니야? 오늘 날씨도 좋은데.”

“아뇨. 어제 무리를 했더니만 무릎이 조금 안 좋아서 오늘 쉬려고요. 종일 뭐 할까 고민 중이에요.”

“그래? 잘 됐네. 같이 갈까?”

“괜찮으세요? 어려운 일 아닌가요? 괜히 방해만 되면 어떡해요?”

“아니야. 사포질 좀 하고 이거 바르기만 하면 돼. 경계선마다 마킹 테이프만 요소요소 잘 붙이면 끝. 사포질이 좀 힘들긴 할 거야.”

“넵. 그럼 준비하고 나올게요.”

다행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간다. 항상 작업할 때마다 입는 옷이 있지만 너무 늙은이같이 보일까 봐 페인트 묻은 작업용 청바지는 그대로 입고 위에는 등산복 중에서 가장 나름 핏이 좋아 보이는 옷을 골라 입는다.

 

 

트럭에 도료와 장비를 다 싣고 나는 조수석에 올라앉는다. 주인아저씨는 수동기어 트럭을 부드럽게 출발시킨다.

“아주머니는요? 아침에 안 보이시네요.”

“응. 아직 자고 있어. 어제 요시아키(芳明) 가게에 단체 손님이 늦게까지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열두 시가 넘어서 들어왔어.”

“사람 안 구해지나 보네요?”

“응. 시급을 올려놔도 그런 거 보면 확실히 돈 문제는 아니고 일손부족 문젠가 봐.”

최근 반 년이 넘게 히라베 아주머니와 한국어 공부가 없었다. 사실 말이 한국어 공부지 아주머니랑 수다 떨다 시간 거의 다 보냈다. 물론 일본어로. 일본어가 빨리 늘어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게다가 아주머니가 간사이(関西)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도쿄 출신 양친 사이에 자라 말투는 거의 표준어에 가깝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주머니랑 매주 한두 번의 한국어 공부시간이 정확히 오 년간 지속되었다. 그렇게 끝난 게 뭔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다시 아주머니랑 한국어 공부하는 시간이 돌아올까?

주인아저씨는 전방을 주시하며 말한다.

“요즘 몸이 더 쳐지는 모양이야. 사이클도 잘 안 타고. ”

“피곤하셔서 쉴 시간도 없으신데요 뭘.”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은 필수야. 생명유지 장치야.”

나 같은 생면부지의 외국인에게도 선의를 베풀어 주시는 오픈 마인드의 어른이시지만 ‘운동은 필수야’ 하는 부분에 힘을 주어 말할 때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한 꼬장꼬장한 늙은 구두쇠 영감 같다. 단카이(団塊) 세대 일본 남자 어른들치고는 아내에게 굉장히 부드러운 축에 속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아주머니 입장에서 뒷바라지하기 결코 만만한 성격의 남편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아침 산책 아니면 집에서 거의 안 나가시더라고요.”

“응. 전형적인 집순이. 뼛속부터 운동 싫어하는 사람.”

“그래도 나갈 때는 항상 두 분 같이 다니시잖아요. 잉꼬부부. 완전 부럽습니다.”

잉꼬부부라는 말에 항상 주인아저씨는 부끄러운 듯 웃기만 하신다. 일본에 와서 사이가 좋은 오육십 대 부부를 심심치 않게 본다. 일본의 문화 특성상 우리나라보다 훨씬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매너 없이 행동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사이좋은 부부들이 많다. 히라베 씨 내외분도 그렇다. 처음 일본 와서 두 분 손잡고 아침 산책 다니시는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단 아침 산책뿐만이 아니다. 두 분 어딜 가든 붙어 다니신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큰아버지, 고모, 이모, 외삼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부모 세대 부부들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경상도 산골의 가난한 농사꾼 출신이라 그런 것일까. 분명 민족과 국가의 문화적 경제적 배경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부부관계라는 것도 도대체 어디가 정상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 후 짐칸에 있는 짐을 되는대로 양손에 들고 키리하라 씨의 호실 현관으로 간다. 주인아저씨가 벨을 누른다. 인터폰 스피커에서 키리하라 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례하겠습니다. 건물주 히라베 류이치(平部龍一)입니다.”

현관문이 열리자 자기와 똑같이 생긴 다섯 살짜리 아이를 꼭 안고 있는 엄마가 손님을 맞이한다. 아침에 고기를 볶았는지 기름에 야채와 고기를 볶은 것 같은 냄새가 난다. 아이는 낯선 두 아저씨의 얼굴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린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본다.

“양말 가게 사장님까지 어쩐 일이세요?”

“오늘은 사장 아니야. 내 조수!”

주인아저씨는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 키리하라 씨는 잠깐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작은방에 가서 뭔가 후다닥 정리하더니 얼른 나와 작은방 문을 닫는다. 그 사이 아이는 계속 엄마 바지를 잡아끌며 계속 칭얼거린다. 건물주는 보든 말든 상관없지만 나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작은방안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들어오세요. 베란다 깨끗이 치워 놓았어요.”

주인아저씨와 나는 트럭에 두 번 왔다 갔다 하면서 필요한 장비를 전부 베란다로 옮긴다. 주인아저씨는 나보고 베란다 깨끗이 빗자루로 한 번 쓴 다음에 우레탄 바닥을 끌로 다 벗겨내고 있으라고 시킨 후 잠깐 아랫집에 오늘 보수공사 일정 알려주려고 내려갔다.

“혹시 뭐 필요한 거 없나요? 마실 거라도 좀 드릴까요?”

“아니요, 아니요. 전~혀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키리하라 씨 바쁘실 텐데 일 보셔도 돼요. 폐가 안 되도록 빨리 끝내고 돌아가야죠.”

“미카라고 부르세요. 김성욱 씨 맞죠?”

저번에 같이 저녁 먹으면서도 내 이름의 정확한 발음을 어려워했다. 성욱 씨라고 말하지만 실제 발음은 ‘송우쿠’에 가깝다.

“아, 네. 미카 씨도 그냥 성욱이라고 부르시면 돼요. ‘성’자까지 힘들면 그냥 ‘우쿠’라고 부르세요.”

미카는 말없이 잠깐 웃다가 바닥에 앉아 엄마 바짓가랑이 잡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러 두 팔로 안아 올린다. 한 팔로 아이를 안고 한 팔로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컵에 따른다. 아이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소리를 더 높여 칭얼대다가 울기 시작한다. 미카는 천장을 보고 한숨을 쉬면서 아이를 그냥 바닥에 내팽개치고 울게 내버려 둔다. 아이가 마구 휘두르는 손에 우유를 바닥에 반쯤 쏟았다. 미카가 걸레로 바닥을 닦는 중에 주인아저씨가 다시 돌아왔다.

“고 녀석 울음소리도 우렁차네. 나중에 큰 인물 되겠구먼.”

“이웃들한테 폐 끼치는 거 아닌가 만날 전전긍긍이에요.”

“현관 밖에서는 전혀 안 들려.”

아이는 작은방에 가더니 장난감이 들어있는 것 같은 상자를 가져온다. 미카는 안 된다고 아이를 타이르려고 하지만 아이는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운다. 끌질하다가 내가 말을 걸었다.

“아이 이름이 뭐예요?”

“마사히로(雅裕)요. 그냥 히로짱이라 불러요.”

“히로짱~ 뭐하고 놀고 싶어?”

히로는 대답이 없다. 잠깐 날 쳐다보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슬금슬금 엄마 다리 뒤로 숨는다. 장난감 상자를 들고 엄마를 올려보며 가지고 놀자고 조른다.

“엄마가 지금 조금만 일하고 나중에 같이 놀아. 아니면 엄마가 종이로 뭐 만들 건데 히로짱도 같이 만들까?”

히로는 싫다고 온몸을 비비꼰다. 자기가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과 엄마가 반드시 필요한 모양이다. 미카가 상당히 난처해 보여 내가 좀 더 거들어 본다.

“히로짱~ 그거 아저씨한테 보여줘도 돼?”

미카는 웃으며 히로의 얼굴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아저씨에게 가보라고 눈짓을 보내지만 히로는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한다. 미카가 히로의 손을 잡고 같이 베란다로 와서 나에게 장난감 상자를 보인다.

“우와, 이거 엄청 멋진 총이네. 히로짱 나중에 경찰 아저씨나 자위대원 될 거야?”

조립식 플라모델 권총이다. 다섯 살 꼬마 애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거 누가 사줬어?”

나는 미카를 쳐다본다.

“말도 마요. 뭐하나 꽂히면 그냥 길바닥에 드러누워요.”

나는 웃는다. 가장 귀여울 때지만 부모가 알 수 없는 갈망의 근원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거 보여준 적도 없는데 이게 남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거라는 걸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게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여자애들은 인형이나 그런 거에 끌리고 그죠?”

“마음속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본능이 다 있나 봐요.”

“히로짱. 이거 아저씨가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일하고 있어서 금방 끝내고 아저씨랑 같이 만들어 볼까? 그동안 엄마는 일하는 거 도와주고 있으면 어때?”

그때 주인아저씨가 손짓으로 아이 보라고 권한다. 나는 무시하고 계속 끌질을 하고 있자 다시 한번 재촉한다.

“괜찮으니까 애랑 같이 놀아 줘. 엄마도 바쁜 모양인데.”

“그럼 제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일 도와드리러 와서.”

“아니야, 아니야. 돈 받고 고용된 것도 아니고 원래 나 혼자서도 충분한 일이고. 혹시 애 기분 진정되고 혼자 놀기 시작하면 다시 일 도와주면 되잖아.”

 

그렇게 나는 히로와의 사이에 플라모델 박스를 두고 마주 보고 함께 베란다 창 가까운 거실 마룻바닥에 앉았다. 박스를 열어 설명서와 부속품 하나하나를 꺼낸다. 부속품을 프레임에서 떼어내는 정도의 간단한 일을 히로에게 시켜본다. 집중력 있게 잘한다. 다섯 살치고 제법 손끝이 정교하다.

옆에 앉아 두 사람이 노는 걸 잠시 지켜보던 미카는 이대로 둬도 괜찮겠다 싶었는지 표정으로 나에게 작은방에서 일 좀 하겠다고 말한다. 나는 손짓만으로 얼른 일 보시라고 재촉한다.

나는 중간중간에 일정한 작동을 하게끔 만들어진 부품을 히로에게 쥐여주고 움직여 보라고 권한다. 전체 조립은 정교한 부분이 많아 히로가 할 일이 거의 없고 나 혼자만의 일이 되어버렸다.

“히로짱, 재밌어?”

히로는 내 눈을 잠시 보더니 고개로만 끄덕끄덕한다. 그리고 이내 내 손의 움직임으로 눈을 옮긴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지났다.

“히로짱, 엄청 똑똑하네. 집중력이 중학생 형아들 보다 더 좋아요.”

 

정오쯤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때 미카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미카는 간단한 소지품 가방을 챙기고 히로와 가방을 어머니에게 인계한다. 나와 새로 만든 장난감 총도 같이 들고 간다. 나갈 때 내가 손을 흔들자 히로도 말없이 손만 흔들며 인사를 한다.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두 시간 벌었어요.”

“주말에도 일해요?”

“그럼요. 쉬는 날이 없어요.”

“부활동 때문에요?”

“네. 테니스 대회가 있어서 그거 준비할 게 좀 많아서요.”

마카는 다시 작은방에서 일하고 나는 주인아저씨의 일에 합류한다. 거의 마무리 단계다.

“역시 가장 최근에 육아 경험이 있는 아빠네. 유경험자.”

“헤헤. 그것도 그렇지만 히로가 똑똑하네요. 다섯 살짜리 애가 가만히 앉아 쭉 쳐다보고 있네요. 신기하게.”

“그러게 나중에 공부 잘하겠네.”

 

베란다 방수 도장 일이 모두 끝나고 짐을 하나둘씩 트럭으로 나르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도 미카는 작은방에서 꼼짝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철수 준비가 모두 완료되자 주인아저씨가 작은방 문을 두드린다. 미카가 나와 인사를 한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니요. 제가 오히려 폐를 끼쳤네요. 집주인이 돼가지고 똑바로 관리 못해서 입주민들에게 송구스럽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좋은 집에 살고 있어요.”

미카도 주인아저씨도 허리와 고개를 몇 번을 숙이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주인아저씨는 아랫집에 공사 완료했다고 알리러 짐을 들고 먼저 내려갔다. 나도 뒤따르는 척하면서 현관에 서 있는 미카를 돌아본다. 미카는 거의 귓속말로 말한다.

“있다 가게에서 봬요.”

나는 표정으로만 대답을 한다. 미카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지 않고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흔들어 보이고 이내 주인아저씨의 뒤를 따른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