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02. 늑대

 

 

늑대는 개과 동물 중 가장 큰 녀석이다. 외모가 수려하고 날렵하다. 일부일처제로 대부분 혈연으로 연결된 개체끼리 무리지어 생활한다. 가족개념이 있는 것이다. 영역내에 먹이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영역을 떠나지 않는다. 무리간에 의사소통을 한다. 사람과 너무 비슷하다. 서열관계도 명확하다. 우두머리에게 반항은 곧 무리에서 추방이다. 음식도 당연히 우두머리가 먼저 먹고 그 다음 서열대로 몫이 돌아간다. 간혹 혼자 돌아다니는 늑대가 있는데 추방된 늑대라고 보면 된다.

 

늑대는 엄청난 식욕을 자랑한다. 성인 늑대의 경우 염소나 작은 송아지 정도는 그 자리에서 전부 먹어 치울 수 있다. 먹이가 모자라거나 며칠 굶은 경우 두개골이나 척추정도를 제외하면 뼈까지 거의 다 씹어 먹는다. 먹을 때도 아주 크게 고기를 뜯어 삼킨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대형고양잇과 맹수들과 비교해서도 가호가 절대 떨어지진 않는다. 무엇보다 맹수의 예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먹이에 대한 예의. 사자는 먹이를 잡아 목을 물어 뜯어 숨통을 먼저 끊어 놓는다. 그리고 먹는다. 반면 하이에나는 엉덩이든 목이든 배든 먹이가 살아 있던 말던 그냥 뜯어 먹는다. 포식자이지만 야비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늑대는 그렇지 않다. 사자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죽은 다음 먹기 시작한다.

 

새끼가 태어나1달정도 지나 눈을 뜨고 어미를 보는 순간부터 다른 무리에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 인간이 데려다 키우고 싶으면 생후1개월 이내에, 즉 눈을 뜨기 전에 데리고 와야한다. 하지만 그것도 성인 늑대가 되고나서는 주인이 공격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적당히 의지는 하겠지만 주인이 오란다고 오고 가란다고 가고, 그러지 않는다. 자기 판단이 항상 먼저다. 그래서 늑대를 데려다 키운 사람은 어린 늑대가 다 자라면 결정을 해야한다. 자연으로 돌려보낼지 아니면 죽여서 가죽을 얻을지.

 

이런 늑대를 생각하면 개를 같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와 늑대와의 관계는 너무나 신비롭다. 생김새는 물론이고DNA도 거의 일치한다. 교미가 가능하다. 그러나 너무 다르다. 개는 주인에게 두들겨 맞아도, 주인이 때려죽이려 해도 주인이 부르면 달려간다. 무엇을 하든 주인의 눈치를 보고 주인의 의견을 먼저 구하고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늑대는 어릴때부터 집에서 애지중지 키웠어도 절대로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진 않는다. 마치 개는 인간이 되려고 하는 늑대인 것같다. 인간이나 개나 늑대나 어차피 동일한 종류의 혈액을 가지고 있다. 같은 피. 모든 포유류가 마찬기지긴 하지만.

 

모든 동물은 사람을 피한다. 심지어 사자나 호랑이도 본능적으로 인간을 피한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인간을 먹이로 보고 잡아먹으려 덤비는 경우는 없다. 늑대도 마찬가지다. 이들 맹수들은 인간보다 워낙 후각과 청각이 발달해 있어서 인기척을 느끼면 아주 멀리서부터 자리를 피한다. 산 속에 사슴이나 토끼, 멧돼지 같은 맹수들의 먹이가 풍부한 이상 굳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갈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다.

 

숲은 늑대의 영역, 마을은 인간의 영역.

 

이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항생제의 개발때문이다. 항생제 때문에 감사하게도 인간은 오래 살게 되었다. 돈 없이90살까지 살게 되었다. 흔히 주사 한 대면 나을 수 있는 질병들. 아주 가벼운 질병들이 과거에는 치명적이었지만 이제는 단돈 몇 천원에 치유가 가능한 것이다. 항생제 개발 이전에 지구 인구는 불과10억 미만이었다. 의학의 발달로 15세기 5억이던 인구가 1900년대 16억으로 늘어나더니 1927년 항생제 개발을 계기로 불과 백년도 안되는 기간에 인구가 72억이 되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39세 정도에서 70세로 확 늘었다.

 

한정된 지구에서 인구는 계속 늘고, 사람은 자기 영역을 산으로 들로 넓혀가고 늑대의 먹이인 사슴이나 토끼같은 짐승을 대량으로 잡기 시작했다. 꼭 인간이 잡으려해서만은 아니고 자연적으로 산짐승들 터전이 좁아지니 죽음의 궁지로 몰린 것이다. 그 불똥이 자연히 맹수들에게도 옮겨 붙었다. 먹을 게 없어진 늑대의 개체수도 줄어들고 살아남은 늑대는 지속적으로 인간의 가축을 공격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인간도 늑대를 사냥할 수밖에 없다. 평화롭던 숲과 마을의 공존이 그 놈의 항생제 때문에 모두 어긋났다.

 

이 정도가 내가 가지고 있는 늑대에 대한 지식과 견해의 전부다.